이학동 선생님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1회 졸업생이라고 하셨다. 1946년 9월29일 조선대학교가 개교할 때에는 4개 학부, 12개 학과에 모두 1,194명의 학생들이 등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4개학부에 미술대학이 있었을까? 혹은 12개 학과에 회회학과가 있었던 것일까?
조사 결과 조선대 개교할 때는 미술대학이 단과대학으로 독립되어 있지 않았지만 회화과는 설치되었다. 이 회화과는 문리대에 속해 있었고, 그 안에는 서양화 전공과 한국화 전공이 분리되어 있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학동 선생은 오지호 선생으로부터 서양화를, 허백련 선생으로부터 한국화를 사사했다고 한다.
(지금은 조선대에 미술체육대학이 단과대학으로 독립되어 있고, 회화학부와 공연예술무용과를 포함한 10개 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회화학부에 서양화 전공과 한국화 전공이 분리되어 있는 것은 개교 초기와 같다.)
2019년 5월10일 조선대학교 미술관은 <김보현과 실비아올드 미술관(조선대 본관 소재)>에서 개관 30주년기념 <찰나의 빛, 영원한 색채, 남도>전을 개최, 조선대 미대와 인연이 있는 원로, 중견작가들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남도 미술을 이끌어온 작품들을 전시했다. 이 전시회는 조선대 미술대학의 역사를 반영해 3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해방직후 개교 초기(40년대말-50년대초)에 강단에 섰던 김보현, 백명수, 윤재우, 천경자의 작품이 전시됐고, 2부는 조선대학교가 인상파 화풍의 산실이었던 1950년부터 1980년대 전반까지 활약했던 오지호, 임직순, 김영태, 오승우, 조규일, 국용현 등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3부는 남도 화풍의 토대 위에서 독자적 화풍을 탐구한 진양욱, 황영성, 최영훈, 진원장, 이강하, 한희원, 김유섭, 박구환 등의 작품이 걸렸다.
이 전시회에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이학동 선생님이 (1) 전남 고흥 출신의 천경자(千鏡子, 1924-2015) 선생과 동년배였지만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그림을 배웠다는 사실과 (2) 전남 화순 동복면 출신의 오지호(吳之湖, 1905-1982) 선생의 제자였다는 사실이었다.
또 2016년 9월23일자 <중앙일보>는 “호남 화맥의 산실로 69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조선대 미대가 <조선대학교 미술 70년> 전시회를 열었다고 보도하면서 “조선대 미대 동문과 전,현직 교수 320여명이 총 4개 분야로 나뉘어 전시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1부의 창립시기(1946-1970)에서는 개교 초기의 김보현, 윤재우, 천경자, 오지호 교수의 지도 아래 조선대 학파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이후 (2) 격동의 시기(1980년), (3)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대중화를 시도하던 시기(1990년), 그리고 (4) 명예교수 및 타대학 출신교수인 김보현, 조복순, 김영태, 오지호의 작품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 전시회 기간 중에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던 조선대 미대 1회 졸업생 김영태 선생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조선대 미술인이라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지금이야 홍익대나 서울대가 더 높다고 인식되지만 당시에는 중앙에서도 조선대를 알아줬다”고 회상했다고 한다. 조선대가 한국 최초의 민립대학으로 태동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조선대 미대는 한국 최초이자 최고의 화풍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 두 전시회 소개 기사에 따르면 조선대 미대의 초기 주요 인물은 김보현, 오지호, 윤재우, 천경자 등의 교수진과 이학동, 김영태, 나점석 등의 1회 졸업생들이다. 이들에 대해 후속조사가 필요하고, 이학동 선생님 2차 인터뷰에서도 자세히 질문드릴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학동 선생이 한국화를 사사했다는 허백련(許百鍊, 1891-1977, 진도 출신) 선생은 조선대 미대의 창설과 초기 활동 문헌에 등장하지 않는 것이 특이하다. 조대 미대 70주년 기념전이나 조대 미술관 30주년 기념전에도 허백련 화백의 작품은 출품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학동 선생이 허백련 선생과 어떤 방식으로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었는지 후속조사 및 인터뷰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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