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동 선생 인터뷰 때문에, 박경중 선생 인터뷰의 후속조사가 지체됐었다. 정병호 선생이 중학생 시절에 최승희 공연을 관람했다는 박경중 선생의 증언에 따라, 그 공연이 언제 어디서 열렸던 공연이며, 그 공연의 레퍼토리가 무엇이었는지 조사하던 중이다.

 

그런데 정병호 선생이 언급한 3개의 연제 중에서 <초립동><보살춤>은 쉽게 공연 레퍼토리에서 찾아지고 정리되었지만 <에헤야 노아라>는 약간 복잡했다. 이 작품은 해당 공연 레퍼토리에 등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제목과 창작 및 초연시기 등에 대해 모호한 점이 있다. 또 이 작품은 최승희 선생의 첫 조선무용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 점도 확실하지 않다.

 

 

우선 제목. 조선의 여성지 <신여성> 19345월호는 이 작품을 <에헤노아라>라고 불렀다. 이는 <에헤야 노아라>의 잘못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이 잘못된 제목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이 작품의 제목구성 및 형식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제목) 에헤라노아라; (정의) 최승희가 조선의 춤을 바탕으로 창작한 최초의 작품; (구성 및 형식) 이 작품은 조선의 고전음악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음악을 사용하며, 전통적인 한량 복장에 갓을 쓰고 경쾌하게 추는 춤이다. 최승희는 한성준에게서 배운 태평무와 한량무를 기초로 새롭게 해석하여 애수와 즉흥성이 강한 춤으로 재창작하였다.”

 

이 두 문장 한 문단짜리 짧은 서술에 오류가 5개나 포함돼 있다. 첫째가 제목, 둘째가 반주음악을 관현악 편곡이었다고 한 점, 셋째는 한량 복장이라는 표현, 넷째는 <에헤야 노아라>가 한성준에게서 배운 태평무와 한량무를 기초로 창작했다고 서술한 점, 다섯 번째는, 이 작품이 조선의 춤을 바탕으로 창작한 최초의 작품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우선 제목을 <에헤라노아라>라고 한 것은 <에헤야 노아라>의 잘못이다. 이 제목이 처음 활자로 인쇄된 것은 1933520일의 <근대여류무용대회> 공연 직후의 언론보도였을 것이다. 이 공연의 프로그램은 발굴되지 않았고, 또 발굴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이름(아마도 이시이 미도리)과 그의 연제가 인쇄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시이 미도리가 급성 늑막염에 걸렸기 때문에 최승희 선생이 불과 대회 이틀 전에 핀치히터로 이 대회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반년후인 1933922일의 <이시이무용단 가을공연>1934920일의 <최승희 제1회 발표회>의 공연 프로그램에는 분명히 <에헤야 노아라(エヘヤ・ノアラ)>로 표기되어 있다. 이것이 어떤 경위로 <에헤노아라>로 전해졌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오류는 어법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한국의 감탄사에서 에야는 정조 상승의 감탄사이고, ‘에라는 정조 하강의 감탄사이다. 에야는 흥을 돋우는 감탄사인 반면, ‘에라는 탄식이 밴 감탄사이다. 여기에 음절이 가운데 끼어들면 각각의 감탄사를 강조하게 된다. 에헤야는 흥을 더욱 돋우는 감탄사이고, ‘에헤라는 더욱 깊은 탄식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군밤타령>이나 <호미타령>같은 빠르고 흥겨운 민요곡에서 감탄사 에헤야를 자주 사용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 <성주풀이>같은 느리고 탄식조의 민요풍 노래에서 에라 만수를 추임새로 사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에라에야의 구별이 자주 혼동된다. 그래서 정태춘 선생의 <에헤라 친구야(1978)>는 가사의 내용상 <에헤야 친구야>로 바꾸는 것이 어법에 맞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들은 한 평자는 정태춘 선생의 목소리의 톤이 낮고 우수적이며, 가사가 체념성 평화(요즘 말로 하면 소확행)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에헤라 친구야>가 더 맞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어떤 경우이든 에라에야를 구별한 필자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최승희 선생의 <에헤야 노아라>한량이 술에 얼큰하게 취한 상태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배를 볼록하게 내민 채 팔자걸음을 걸으며 추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춤이라고 설명했다. 흥겨운 모습을 묘사한 코믹한 춤의 제목에 탄식과 체념의 감탄사 에헤라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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