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이 모호해 진 데에는 최승희 자신의 책임도 있었다. 그는 <나의 자서전(1936)>에서도 결혼식장을 언급하지 않았고, 큰오빠 최승일이 편집해 출판한 <최승희 자서전(1937)>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그는 결혼연도를 ‘1932년 봄이라고 잘못 서술하기까지 했다. 자신의 결혼식 일시와 장소에 대해 이렇게까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것이 의아할 정도이다.

 

최승희-안막의 결혼 뒤에도 결혼식장에 대한 기억에는 혼란이 계속되었다. 193431일의 <조선중앙일보>에 보도된 연재기사 예원에 피는 꽃들-최승희 편은 두 사람이 재재작년 5월 청량관에서 화촉의 성전을 거행했다고 서술했다. 이 기사는 최승희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결혼식장이 <청량관>’이었다는 주장은 최승희의 기억일 것이다.

 

한편, 19357월호 <삼천리>에는 <신록의 신혼여행>이라는 큰 제목 아래 최승희의 신혼여행기가 실렸다. 이 기고문에서 최승희는 결혼식장이 <영도사>라고 했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만 3년 전인 소화7(1932) 봄 한양의 옛 성에는 봄풀이 푸르렀고 청량리 영도사(永導寺)에는 녹음이 바야흐로 무르녹으려던 때 내 나이 바로 20의 봄을 맞이하게 되는 해에 서울의 교외의 어느 한 조그마한 절간에서 청춘으로서의 가장 거룩하고 행복스러운 향연인 결혼의 예식을 끝마쳤습니다.”

 

<영도사>는 당시 서울의 교외청량리에 위치한 것은 맞지만 조그마한 절간은 아니었다. 1396년 조선 개국과 함께 국사 무학대사가 창건한 영도사는 역사가 오래고 규모가 상당했다. 자리를 이전한 1799년 이래 1930년대까지도 영도사는 한양사람들의 최애 유람지의 하나였다.

 

다른 한편, 19409월호 <조광>에는 최승희의 <무용 15년기>가 실렸는데, 그중에 그 이듬해 우리는 <청량사>에서 결혼식을 거행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본인에 의해 또 다른 사찰이 결혼식장으로 거론된 것이다. <청량사>도 역시 청량리 홍릉 인근의 불교 사찰이며 많은 사람들의 예불과 소풍의 목적지였다.

 

최승희의 회상에 따르더라도 결혼식장은 3군데나 거론되었다. <청량관><영도사><청량사>는 모두 청량리에 소재했지만 위치는 모두 달랐다. 어디가 진짜 결혼식장이었을까?

 

그런데 진짜 결혼식장을 찾기 전에 먼저 바로잡을 오류가 있다. 많은 문헌이 최승희의 결혼식장으로 <청량원>을 들었는데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당시 문헌에 <청량원>이라는 장소는 나오지 않는다. 경성의 매체들이 자주 언급한 장소로 <청량관>이 있을 뿐이다.

 

단행본으로 출판된 최초의 평전인 다카시마 유사부로의 <최승희(1959)>에는 식과 피로연도 간단하게 청량원이라는 식당에서했다고 서술되었다. <청량관><청량원>으로 바뀐 것인데, 여기에 주의할 부분이 있다. 다카시마 유사부로는 최승희의 결혼을 서술하면서 유아사 가츠에(湯浅克衛, 1910-1982)<무희기(舞姫記, 1947)>를 인용한 것이다.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으로 조선어에도 능했고, 또 안막-최승희 부부와 친구사이였던 유아사 가츠에는 훗날 최승희의 전기영화 <반도의 무희(1936)>의 대본을 썼다. 이 대본은 <주간아사히(週刊アサヒ)>에 연재한 <노도의 외침(怒濤, 1935)>을 훗날 단행본으로 출판하면서 제목을 <무희기: 최승희의 반생(1947)>이라고 바꾼 것이었다.

 

<반도의 무희>처럼 <무희기>도 픽션이었으므로 주인공의 이름도 안막-최승희가 아니라 나계(羅桂)-백성희(聖姫)로 바뀌었다. 저자는 최승희와 안막의 반생을 서술하면서도 소설 형식을 택하는 바람에 가명을 써야했던 것인데, <청량관><청량원>으로 바뀐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카시마 유사부로가 논픽션인 평전을 쓰면서 픽션인 <무희기>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이후의 평전들은 줄줄이 다카시마 유사부로의 예를 따랐다. 강이향(1993:85), 정병호(1995:64-65), 김찬정(2002:86), 강수웅(2004:76), 강준식(2012:88-89) , 한국에서 출판된 모든 평전이 최승희의 결혼식장을 청량원이라고 서술했다. 북한에서 출판된 서만일(1957:73-74)과 배윤희(2011)의 평전에는 결혼식이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