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와 30년대, 조선총독부는 재정난을 겪고 있었다. 1925년 2월1일자 <개벽>에 실린 논설 <조선총독의 재정의 개요와 비평>에 따르면 총독부의 초기 재정은 만성 적자였다.
한일합방 이전인 1907년 일본 의회는 보호령이 된 조선의 통치를 위해 조선통감부에 5년간 2천만 원의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강점(1910년)까지 재정지원은 3년 만에 2천6백만원으로 늘어났다. 5년 예산을 3년 만에 초과한 것이다.
1911년부터 일본 정부의 총독부 예산 지원은 연간 1,235만원으로 더 늘었다. 일본정부는 1919년까지 조선총독부가 재정 자립을 이루도록 요구하면서 예산을 점진적으로 삭감했다.
그러나 1919년 삼일 만세운동이 터지면서 총독부는 경찰과 헌병 병력을 대폭 증가시켜야 했다. 지출 예산은 다시 늘었고 총독부는 재정자립에 실패했다. 1919년부터 1924년까지 총독부는 매년 1천5백만원의 예산을 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했다.
조선 총독부는 일본 정부로부터의 지원을 줄이고 재정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 조선 내에서 산업을 일으켜야 했다. 가장 먼저 입안된 것이 관광 산업이었다. 비교적 소규모의 투자로 즉각적인 수입을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독부는 금강산처럼 자연경관이 뛰어난 지역, 평양, 경주, 부여 등의 사적지, 그리고 주을과 동래, 유성 등의 온천지를 중심으로 관광지 개발에 착수했다. 그중에서도 금강산은 조선의 국립공원 후보지로 지목되어 개발의 최우선 순위였다.
1920년대 총독부는 금강산에 호텔과 온천을 짓고 관광객용 차량을 증편하는 한편 관광객들과 관광 업소를 지원하기 위한 통신 시설도 증설했다. 관광 숙소 부근에 도서관 등의 여가시설과 댄스홀 등의 오락 시설도 확충했다. 1931년에는 철원-내금강 사이의 금강산 전철이 개통되어 관광객 수송이 원활해졌다.
총독부는 금강산 홍보에도 박차를 가했다. 1921년에는 사이토 마코토(齋藤實, 1858-1936) 총독이 직접 금강산 관광에 나섰고, 이듬해인 1922년에도 금강산을 휴가지로 선택했다.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물론이다.
금강산 관광안내서들도 출판되었다. <금강산 탐승 안내(1926)>와 <금강산(1931)>, <금강산 탐승 안내기(1934)>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조선인 작가들도 동원되었다. 이광수는 1921년과 1923년 두 차례 금강산을 여행한 후 <신생활>에 <금강산유기>를 연재한 후 1924년 단행본으로 출판했다. 최남선은 1924년 금강산을 여행한 후 <시대일보>에 <풍악기유>를 연재했고 이를 1928년에 <금강 예찬>이라는 단행본으로 간행했다. 조선인 작가들의 금강산 여행기는 금강산 관광을 자극했고, 관광객 증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
총독부의 금강산 관광 진흥책으로 관광객 수가 늘어났다. 1926년 연간 8천명이던 금강산 관광객 수가 1927년에는 1만5천명으로 1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1934년에는 2만2천명에 달했고, 1937년까지 그 수준을 유지했다. 총독부는 1937년경 금강산 관광의 내수가 포화된 것으로 판단했고, 이번에는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총독부는 금강산을 비롯한 조선 관광지를 소개하는 영문 책자를 제작해 해외에 배포했다. 특히 이 시기는 1940년의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올림픽 관광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조선으로까지 유치하는 방안이 다각도로 강구되었다.
‘금강산 무용영화’ 계획이 나온 것이 바로 이즈음이다. 1937년 2월15일경의 관광협회와 로터리 클럽의 조선 호텔 간담회는 조선총독부의 재정위기 타개책을 자문하는 자리였고, 이 자리에서 나온 ‘최승희의 금강산 무용영화’ 제작안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방책이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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