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희의 살플레옐 공연 프로그램은 2017년에 재발굴되어 일반에 공개되었고, 이 프로그램의 발굴과정과 내용을 소개한 필자의 취재기가 후아이엠(2017년 8월29일) 사이트에 연재되었고, 그중 일부는 일간지 세계일보(2017년 9월7일)와 중앙일보(2017년 9월8일), 통신사 뉴시스(2017년 9월8일) 등에 보도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이 공개된 후에도 그 내용이 자세히 분석된 적은 없었고, 최승희의 살플레옐 공연의 레퍼토리가 가지는 예술적 혹은 사회적 의미가 밝혀진 적이 없었다.
살플레옐 프로그램은 4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1) 공연 일시와 장소, 주관사 등의 공연정보는 표지에 나타나 있고, (2) 최승희 소개는 2면, (3) 작품의 순서와 간략한 해설은 4면과 5면에 서술되어 있다. (4) 이 팜플렛에 실린 사진은 모두 7장으로, 옥적곡(1면 앞표지)과 보살춤(3면), 천하대장군(4면)과 검무(5면), 한량춤(6면)과 무당춤(7면), 초립동(8면 뒷표지)의 사진이다. 사진들은 대부분 조명이 잘된 스튜디오에서 전문 사진가들이 촬영한 흑백 작품들이었다.
프로그램의 텍스트는 최승희와 발표작품을 소개하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우선 프랑스어로 쓰인 최승희 소개글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극동의 저명한 무용가 최승희는 고색창연한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행복하고 명랑한 가정에서 자랐고, 14세에 숙명여학교를 졸업했다.
그 당시 그녀의 꿈은 음악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숙명여학교의 교사들은 최승희의 성악 재능을 알았기 때문에 학교의 비용으로 그녀를 도쿄 음악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했으나, 나이가 너무 어려서 입학할 수 없었다. 그녀는 서울에서 일 년 동안 기다려야했다.
“그때 저명한 일본 무용가 이시이 바쿠가 서울에서 발표회를 열었다. 최승희는 그의 무용 예술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자신도 무용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 새로운 예술이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드러내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부모는 반대했고 친척과 지인들도 반대했다. 당시 무용은 하층계급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승희는 꺾이지 않고 도쿄의 이시이 바쿠 무용학교에 입학했다. 4년 동안 최승희는 현대 발레의 원리와 기술을 익혔고 이시이 무용단의 스타가 되었다.
“1930년 고국으로 돌아온 최승희는 한국 무용 공연에 관심을 가졌다. 2천년 전통의 한국 무용 예술이 거의 사라진 것을 발견한 최승희는 이를 되살려야 함을 깨달았다. 다행히 궁정 무용의 전통이 일부 남아 있었기에 그녀는 그 춤들을 연구했고, 과거의 민속 무용을 찾기 위해 시골 마을을 찾아다녔다.
“당시에는 한국의 고전 음악도 잊혀져 있었다. 최승희는 몇 명의 젊은 작곡가들과 함께 이 음악을 되살렸고, 그와 함께 한국의 무용 예술도 부활시켰다. 그녀가 새로운 작품들을 발표할 때마다 관객들은 열광했다. 그동안 누구도 한국 고대의 신성한 춤들을 재현하는데 성공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최승희는 유럽과 미국에 한국의 예술을 소개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에 앞서 1934년 9월 도쿄에서 무용발표회를 열었다. 일본의 수도에서 가진 그의 데뷔 공연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무용 비평가뿐 아니라 작가와 배우, 화가와 정치가들까지도 언론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1934년부터 1937년까지 최승희는 극동의 여러 도시에서 2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위해 6백회 이상의 공연을 열었다.
“1937년 9월 최승희는 첫 번째 세계 순회공연을 결정했다. 미국은 고국에서와 똑같은 열광으로 최승희를 맞아 주었고, 이제 파리에서 그녀의 첫 번째 유럽 투어를 시작한다.”
이 소개문 내용은 대부분 이미 조선과 일본의 언론과 두 권의 자서전을 통해 잘 알려진 것이지만, 악의적인 것은 아니라고 해도 약간의 오류와 과장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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